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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논쟁과 인간의 삶에 대한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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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역사

위안부 논쟁과 인간의 삶에 대한 존중

위안부 논쟁과 인간의 삶에 대한 존중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벌어지고, 일본에 가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아졌다. 일본의 ‘한국 때리기’는 군대를 갖고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변하기 위해 국제적 갈등을 조장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동으로 보인다. 19세기 이후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통치를 경험한 우리의 입장에서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간다는 것은 2차 대전 이후의 동아시아 질서를 뒤흔드는 큰 사건으로 관심을 갖고 반대해야 할 사항이다. 일상적인 수준에서 일본을 거부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반응이 강렬한 것은, 우리나라를 만만하게 본다는 억울함이 깔려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응 행동은 이해가 가지만, 그 과정에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사실 현재 일본의 행동은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근저에 깔고 있다. 이전 정권과 합의한 바 있는 위안부 처리문제를 현 정권이 뒤집었다는 것이다. 또한 얼마전 우리나라 사법부가 내린 판단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위안부 문제는 그동안 국제적 수준에서 일본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기술적인 근대화에도 불구하고, 봉건적인 가치를 중시하던 일본의 군국주의가 전쟁의 와중에서 저지른 시대착오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정권이 합의를 해준 이후, 이제는 거꾸로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신용불량자로 입장을 뒤바꿔버린 지난 정권의 위안부 합의가 어이없는 것이지만, 현재 일본의 태도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도 부족할 정도로 염치없는 짓이다.

 

위안부-내용.jpg

 

사료는 역사사회학적 맥락 속에서 해석되고 접근되어야 한다

 

일부 경제사학자들이 쓴 [반일종족주의]라는 책이 문제 되고 있다. 위안부들의 모집과정에서 강제는 없었고, 그들 스스로 돈 벌러간 것이며, 임금은 평균에 비해 비교적 높았다고 주장한다. 사료를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 주장이 일본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두 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사료 분석이라는 과학적 엄밀함을 내세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피해자들의 실제 고통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료라는 것은 그 자체로 진실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것은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사실이 관의 기록에 남아있을까?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견되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국가의 기록에 어느 정도 기록되어 있을까? 1970~1980년대 공안 사건의 기록들은 고문의 결과일까? 아니면 역사적 사실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초등학생도 내릴수 있을 정도로 자명하다. 사료는 그 시기 권력자의 입장에서, 통치에 봉사하는 방향으로 작성되는 것이다. 후세의 연구자는 비판적으로 사료에 접근해야 하며, 해당 시기의 역사사회학적 맥락 속에서 사료를 해석해야 한다. 이 점에서 [반일종족주의]는 학문적으로 문제가 있다.

[반일종족주의]의 진정한 문제는, 인간에 대한 사랑, 인간의 삶에 대한 존중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렸다는 점이다. 저자들이 한 번이라도 피해자들의 실제 삶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았다면, 최소한 그 책과 같은 주장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들이 피해자들의 실제 삶을 알고도 무시했다면, 그것은 더 무서운 일이 된다. 피해자의 일부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국가(일본 총독부)의 광고를 보고 일의 성격도 모른 채 자원했다.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근무지가 바뀐 경우도 있었다. 시골에서 일하다가 모집 인원을 채우려는 모집책에게 끌려간 경우도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구체적인 맥락은 사라지고, 그들은 오직 “돈 벌러 간것”만을 강조했다.

 

고통의 원인이 사회적인 것임에도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언제나 개인의 몫이었다

 

개인이 갖는 고통의 원인은 어떤 경우에도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 고통으로 괴로워한다면 그것은 심성이 나약해서라거나 성격이 모나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발생하는 모든 일은 언제나 ‘사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고통의 원인이 사회적인 것인데 비해, 그것을 감당하는 몫은 언제나 개인에게로 돌이켜지는 편이었다. 심지어 위안부의 경우에는 매춘부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생각할 차례이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시작한다. 고통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의 기록이란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한 눈물겨운 분투요 훼손된 역사를 치유하려는 공동체의 자구책이다. 인간이라면, 그런 기록을 최소한 왜곡하지는 말아야 한다.

 

 

위안부-인물.jpg

최 정 기

전남대학교 졸업,

전남대학교 철학 박사,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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